오늘 KT주가가 -2.99% 내렸다. 기관 순매도도 80만주가 넘었다. 
절대적으로 크게 빠졌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오늘 시장에 퍼진 악재 때문에 주가 하락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오늘 KT에 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정액제' 환급금 문제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KT는 2002년과 2004년 한정된 기간 동안에 가정내 일반전화에 대한 정액 요금제를 프로모션했다.
기존에 쓰던 요금 보다 천원~5천원 정도를 더 내면 유선전화 무제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였다. 

정액 요금제 자체는 문제가 안됐는데, 당시에 이 요금제를 프로모션을 하면서 일선 마케팅 조직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적에 목말랐던 일부 지역본부 요금제 가입 권유시, 사용자의 동의여부를 체크하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다.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정액 요금제였지만, 핸드폰의 보급으로 대부분의 가정이 일반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액제 가입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정액 요금제 하에 주어진 사용시간 보다 훨씬 적은 양를 사용했다. 정액 요금제 가입으로 오히려 변액 요금제일 때보다 더 많은 요금을 냈다는 이야기다. 2006년 고객 한 명이 이를 문제삼았고, 동의여부 체크없이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것은 무효라고 소송을 걸어 과다 징수된 요금을 모두 환급받았다. 이후에 이런 사례가 점점 퍼져나갔고, 2009년 4월 방통위로부터 정액요금제의 고객 동의 여부를 새로 체크해서 동의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차액을 환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방통위 시정명령 이후 일부 환급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급기야 최근들어 인터넷 상에 "추석 보너스 받아가세요"라는 글이 돌기 시작했다. KT에 정액제 가입여부를 확인해 차액을 환급받는 방법을 소상하게 적은 글이었다.

현재 KT의 유선 정액제 가입고객 중 가입 동의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고객(동의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고객)이 무려 300만 가구가 넘는다. 유선전화가 사용량이 미미했던 사람들이 일부 3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환급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액제 환급 관련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300만가구가 모두 30만원씩 환급받는다고 가정하면, 총액이 1조2천억에 달한다.
KT의 연간 영업이익 창출 규모가 2조 정도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의 60%가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쇼킹한 소식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개인적으로 최근들어 KT의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해왔다. 
인력구조조정과  통신사업자 과당경쟁의 완화로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창출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데,
주가는 시가총액 11조 수준에 멈춰져 있었다. 
이익의 50%이상을 주주에 환원한다는 정책상 연간 5%를 초과하는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으로 근 10년만에 새로운 성장기회를 발견한데다가,
이석채 회장 부임 후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져, 
BC카드 인수를 통한 모바일 결제 인프라 시장 진출, 6조원이 넘는 유휴부동산 개발 추진, 
지속적인 내부 비용절감 노력 등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PER 7.5배, PBR 0.9배의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쌌다. 

아이폰4와 태블릿PC출시라는 이슈도 있었고, 
최근 선진국 소비침체로 타업종의 실적 개선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꾸준한 실적 시현이 가능한 대형 가치주에 대한 수급상황도 개선되리라고 판단했다. 

저평가된 주가, 높은 실적 가시성, 안정적 배당, 확대되는 사업기회, 자산가치의 증대, 시장 내 상대적인 소외 등, 
높은 투자가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KT추천을 많이했고, 운용에 참여하고 있는 펀드 내 KT비중도 크게 높아졌었다. 
그런 와중에... 주가 상승의 직접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폰4 출시 이틀을 앞둔 와중에, 
1조원의 이익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KT의 투자가치를 확신했던 차에 접한 소식이라 나 역시도 시장만큼 패닉에 빠졌다. 
환급금 부담으로 인한 실적악화 우려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부규제와 여론에 의해서 이익이 제한된다는 케이티의 유일한 약점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부각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년간 쩔은 주식은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실망감이 퍼질 것이 두려웠다. 
KT에 대해서 누가 물어봤을 때에도 그저 안타깝다라는 정도로 얘기할뿐 포지션에 대한 순간적으로 완적히 잃었다. 
(내가 얼마나 못난 투자자인지가 주제는 아니므로,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KT에 대해서만 적겠다.)

KT는 나에게 애증의 주식이다. 
나는 KT를 원해 싫어했다. 공기업의 둔감함, 무능함, 무거움의 3박자가 골고루 잔재해 있는데다가, 뚜렷한 오너 없이 자리 욕심만 있는 불량한 CEO들에 의해 휘둘리면서 늘 트렌드에 후행했고,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제거하지 못했다. 
통신업의 속성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KT의 내재적인 비효율성만 생각하더라도 너무 싫은 주식이었다. 
무선통신 시장확대를 생각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그 상상을 초월하는 비효율성에 실망했기 때문에 더욱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좋게 보려고 노력한 끝에 투자가치를 인정했는데, 예상치 못한 급습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건 과거와는 다르다. 

2002년과 2004년에 벌어졌던 일이다. 물론, 문제를 알고도 조기에 시정하지 못한 것은 과연 'KT의 구태답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이번 일은 현재의 실수가 아니라 과거의 잔재라는 것이다. KT의 최근 변화를 이끌었던 현 경영진의 실수는 아니다. 내가 KT를 그토록 싫어했던 이유인 과거의 잔재들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절의 실수들이다. 

무엇보다도 일회성 이슈다. KT IR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몇백억 수준에서 마무리되던 아니면 상상을 초월해 1조가 넘는 수준으로 가던 상관없이 단기 비용집행으로 마무리된다. KT의 에빗다(현금창출능력)가 연간 5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조달능력이 좋은 기업 중에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1조원의 현금 지출이 KT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고 생각할 수 없다. 무선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사업기회의 확대와 내부 효율성 증대라는 관점에서 KT의 수익가치 성장은 이번 일로 훼손되지 않았다. 

SKT가 컨설팅, 해외MBA출신들로 구성된 전략팀의 단견에 의존해 무선데이터의 폭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KT는 과거 정부시책에 따라 추진했던 와이브로/와이파이 네트웍을 바탕으로 우연찮게 10년만에 가장 좋은 경쟁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마케팅과 소비자 인식에 의해서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유행에 민감한 국내시장에서 아이폰/아이패드의 파급력은 평균적인 기대를 초월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클라우트 컴퓨팅의 보급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의 독점력이 강화되고, 로컬 캐리어(국가별 통신사)들의 성장잠재력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런 부분들이 캐리어들의 수익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세계 컨텐츠 마켓을 애플과 구글이 통채로 빼앗아 간다고 해도, 로컬 캐리어들이 취할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어찌됐건 일반 가입자보다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 태블릿을 비롯한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가 나오면, 한 사람이 핸드폰 한대를 갖고 다니더 시절에서 2~3종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시대로 간다. 늘어난 디바이스의 숫자만큼 캐리어의 가입자수도 늘어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매우 특수하다. 
애플에서 애플TV를 멋진 서비스와 터무니없이 매력적인 가격에 내놨지만,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당분간 혹은 아주 긴시간 동안 없을 것이다. 왜? 언어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튠즈에 아무리 재미있는 쇼가 올라와도 자막이 없으면 우리나라 시장에는 접근이 안된다. 그렇다고 애플이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애플이 직접 자막을 입힐까? 그러기엔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 소득수준에 비해서 컨텐츠 구매력이 현저히 낮은 한국은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1/10수준의 컨텐츠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장벽, 그리고 자국시장 보호에 민감한 여론과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한국은 컨텐츠 유통측면에서는 분리된 시장을 갖고 있다. 아이튠즈과 북미와 유럽을 휩쓸어도 한국에는 벅스뮤직, 소리바다가 성업중이다. 

분리된 컨텐츠 시장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캐리어들의 사업기회를 해외 사업자들보다 더 크다. 보다폰은 애플/구글에 밀려 컨텐츠 사업하기 힘들거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메가TV와 같은 서비스를 KT와 같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수행할 수 밖에 없다. 시장규모는 작고, 고유의 언어를 쓰는 나라의 특징이다. 현재 사람들이 무시/멸시하는 국내 캐리어들의 컨텐츠 마켓 공유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KT의 주가는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싸다. 지금은 '이익의 안정성' 개념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투기적 시장이지만, 정상적인 주식시장 환경하에서는 KT의 벨류에이션 멀티플이 현재 수준에서 70~80% 상승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일회성 요인에 의해서 주가가 빠졌다면 그건 매수기회다. 
KT가 정액제 가입자들에게 얼마를 보상해야할지가 아직 미지수이고,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되려면 한두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이 KT에 대한 우려를 거두드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시간만큼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KT의 펀더멘탈과 악재가 이미 다 노출된 상황에서, 시장가격이 과연 그렇게 1차원적으로 흘러갈 것인가? 생각보다 주가 하락기간이 짧고, 주가 하락폭 역시 낮지 않을까? 

주가는 9월내내 빠질 수도 있고, 10월달까지 빠질 수도 있고, 내일부터 안빠질 수도 있고... 시장의 변덕은 예측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KT주가가 빠지면 빠질수록 기회요인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공포에 떨며 무조건 위험을 회피하는게 무슨 제대로된 투자자의 모습이겠는가. 
KT에 대한 마지막 매수 기회가 지금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