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들끓게 하고 있은 구글 앤드로이드의 새버젼, "프로요"가 발표되었다. 
기존 2.1에서 2.2로 소수점 한 자리가 높아졌을 뿐이고, 그닥 눈길을 끌만큼 대단한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이번 2.2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앤드로이드의 완성도가 아이폰OS 수준에 근접했다고 할만하겠다.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과 관련된 OS의 발전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태초에는 PDA가 있었다.
90년대부터 애플의 뉴턴, 유럽의 사이언, 미국의 팜과 윈도CE 등, 기존 데스크탑용 OS를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시킨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년간 펼쳐진 PDA전성기 시대의 패자는 팜(Palm)이었다. 

팜의 성공요인은 스펙은 딸리지만 가격대를 낮추고 배터리 성능, 안정성 등 핵심기능에 집중한 다양한 기기를 내놓고, 개발자 지원을 강화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일정관리 관련 기능들을 중심으로 팜의 활용도는 대단했고, PDA시장을 제패했다. 윈도CE가 PDA시장의 패권을 뺏어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오버스펙과 그에 따른 배터리 성능의 약점, 부족한 응용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시장 장악에는 번번히 실패했다. 팜의 위상은 절대 변할 것 같지가 않았다. 

팜이 PDA를 지배할 때, 물밑에서 중대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선통신이 대중화되었고, 시장 과점화와 대규모 감가상각 중단으로 막대한 캐시플로우를 창출하기 시장한 무선통신 사업자들이 새로운 성장을 위해 무선 데이터 통신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강화되고 있는 인프라를 지렛대로 잘 활용한것이 캐나다의 RIM이다. RIM이 내놓은 스마트폰 블랙베리의 초기 기능과 응용프로그램들은 팜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RIM은 팜이 컨슈머 중심의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로 진화하려고 애쓰고 있을 때 무선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기업시장을 개척했다. 블랙베리의 무선 이메일 기능은, 저비용으로 기업 인프라웨어를 무선망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였고, 9-11 테러 이후 저금리 상황 속 호황을 맞은 북미의 기업들은 앞다투어 블랙베리를 채택했다. 팜의 기능은 막강했지만, 팜의 기능이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블랙베리의 무선 이메일은 쓰다가 없어지면 정말 불편한 기능이었고, 팜의 10년 전성시대는 무선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대가로 RIM에게 밀렸다. 

같은 시기 윈도CE는 어땠을까? 막강한 현금흐름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었다면 윈도CE는 진작에 퇴출됐을 것이다. 하지만, 돈의 힘으로 윈도CE는 좀비처럼 살아남았다. 윈도우 모바일로 이름을 바꿔 RIM의 블랙베리 천하 시대에서도 2~3위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한 OS로 버텼다. 윈도 모바일의 명맥이 이어진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돈과 독점의 힘도 있었지만, 사실 경쟁사들이 욕심을 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팜은 OS와 디바이스를 동시에 지배하려고 했다. 나중에 팜OS를 채택한 다른 회사들의 PDA도 시장에 등장하긴 했지만, 팜의 단말기는 역시 팜 스스로 만든 것이 주종이었다. OS관련 기술업이 시장에 빨리 진입하고 싶었던 세계 다수의 업체들은 OS라이센스를 남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CE를 택했다. 블랙베리도 마찬가지다. 블랙베리 역시 모든 호환단말기를 자기 스스로 생산한다.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고 싶은 기업들은 윈도 모바일을 선택할 수 없었다. 1등의 욕심 속에 돈다발을 등에 쥐고 살아남은 좀비가 윈도우 계열의 모바일 OS들이다. 

무선기술과 기업시장을 바탕으로 블랙베리가 세상을 호령할 무렵에, 아이팟와 인텔CPU를 장착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높여가던 애플이 예고도 없이 시장을 공격했다. 애플의 컨셉은 팜이 그토록 원했던, 컨슈머를 위한 멀티미디어 컨텐츠 중심의 디바이스 전략이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통해 확보한 컨텐츠와 30년간 맥으로 갈고 닦은 UI를 바탕으로, 애플의 아이폰은 컨슈머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핵폭탄을 터트렸다. 블랙베리는 단숨에 수세에 몰렸고, 팜은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의심받기 시작했고... 윈도우는 다시금 단말기를 독점하는 애플의 욕심 덕분에 2류 업체들을 지원하며 좀비처럼 살아남았다. 

노키아를 필두로한 유럽의 심비안 계열은, 기업시장에도 멀티미디어 중심의 컨슈머 시장에서도 그닥 성공적이지 못했다. 세계 1위 핸드폰 업체 노키아를 배경으로 20년간 시장의 일정부분 차지하다가 결국 소리소문 없이 스크랩되고, 2010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심비안^3와 MeeGo로 전열을 가다듬고 시장 침투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판세 속에서 앤드로이드는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갔을까?
컨셉은 윈도우즈 모바일과 다를게 없다. 애플과 RIM이 OS와 단말기를 독점하자, 삼성을 비롯한 다른 단말기 전문 업체들은 위기감을 느꼈고, 이들 업체들에게 시장을 진입할 수 있도록 OS를 라이센싱해 지원해주었다는 점에서 앤드로이드와 윈도 모바일의 컨셉은 동일하다. 다만, 리눅스 기반의 앤드로이드가 윈도 모바일보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좀더 나았고, 미래지향적인 구글의 이미지가 덧대지면서 시장의 환영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다소 다를 뿐이다. 

이제 시장에는 6개의 플레이어가 있다. 
1번은 RIM의 블랙베리.. 컨슈머 시장과 달리, 기업시장은 판도가 한방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기업시장은 블랙베리가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컨슈머에게 매력을 주지 않는 단말기가 언제까지 지탱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 많은 돈을 벌고 있고 내년에도 많은 돈을 벌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생존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 빈약한 성능과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아키텍쳐, 20년간 개발을 거듭해도 개선되지 않는 OS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돈과 파트너쉽을 통해 좀비처럼 살아남았다. 2010년 윈도 모바일 7을 발표하고, 더이상 성능이 딸리는 OS라는 혹평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과감한 투자와 변화를 통해 윈도 모바일 7이 마침내 경쟁사들의 기술 수준에 근접했음은 인정할만한 것 같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점유율 20%~30% 안팍을 힘겹게 유지하며 끈덕지게 명맥을 이어갈 것 같다. 

3번은 노키아의 심비안. 윈도모바일7처럼 심비안도 2010년을 계기로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친 신버젼을 선보였다. 멀티미디어 기능에서 애플에 밀리지 않고, 기업용 기능도 완비되었다. 이제 해볼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반기의 출시된 단말기도 제법 섹시하다. 하지만.. 아직도 노키아의 Key Strategy를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는게 아니라 구세대의 Strategy가 변하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와 생산효율성을 통해 싸고 좋은 단말기로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경쟁사 단말기 대비 20~30% 저렴한 60만원 이하에서 타사와 동일한 수준의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하반기 신형 스마트폰이 하반기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가격 메리트와 팬시한 디자인은 좋은데.. 글쎄 생각없이 지갑을 열 수 있을만한..뭔가 가슴을 푹 지르는 맛이 없다. 

4번은 삼성과 HP. 삼성은 멀티OS전략을 균형있게 수행하기 위해 바다OS를 개발했다. HP는 빈사직전의 팜을 인수했다. 굴지의 제조업체로서 삼성과 HP는 OS시장의 균열이 계속되기를 아마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복수의 플레이어가 계속 호각을 유지하는 것이 이들에게 여유를 제공해줄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항상 독점화되는 내재적 에너지가 있다. 삼성이 이번에 무조건 팜을 인수해서 바다OS와 합쳤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삼성이나 HP가 모바일OS시장에 아무리 잡음을 넣어도 시장의 속도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5번은 앤드로이드. 구글은 얼마나 편한가. 앤드로이드 개발에 그렇게 많은 돈 안들어간다. 오픈 소스 기반으로 큰 돈 안들이고 편하게 OS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출시 3년도 채 안돼 시장의 키플레이어로 등극했다. 핸드폰, TV 등의 시장에 숟가락을 얹으며 자신들의 사업기반이 넓어지는 것을 편하게 관람만 하면 되는 입장이다. 앤드로이드 2.2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이제 그 누구도 앤드로이드가 다른 OS에 비해 열등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완성도를 높였다. 이것때문에 이번 2.2 업그레이드가 중요했다. 제조업체들을 지원하는 척 하면서 자신들의 플랫폼 독점력을 확대하는 그들의 전략은 2010~2011년에도 무리없이 먹혀들 것 같다. 

6번은 아이폰. 아이폰 OS의 한 세대 앞선 기술과 UI의 우수성은 이제 다 희석되었다. 윈도 모바일7도, 앤드로이드2.2도, 심비안 ^3도 이제 아이폰이 부릴 수 있는 재주는 다 따라할 수 있다. 이제 남아있는 강점은 아이튠즈라는 컨텐츠 유통방식과 지난 3년간 시장을 주도한 덕분에 소유하게 된 풍부한 애플리케이션들이다. 이번 여름 아이폰 OS 4.0에서 애플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멀티태스킹 지원,  iAd광고솔루션 만으로는 과거 3년간의 리더쉽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하반기 시장이 어떻게 될지 전망해본다.

애플의 아이폰 OS 4.0이 추가적인 감동을 못줄 경우, 
블랙베리의 점진적 약세와 삼성/HP가 시장의 관심에서 몰어지는 동안 앤드로이드와 윈도모바일7의 진격이 계속된다. 이 상황이 된다면 2011년 초 세계 모바일OS점유을 앤드로이드 40%, 윈도모바일 25%, 아이폰 20%, 노키아 15% 정도로 될 것이다. 아이폰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겠지만 퍼주면서 확보하는 구글 전략의 승리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20%를 장악하는 것도 애플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쟁사의 기술 레벨이 턱밑까지 따라온 상황에서 애플이 향후 구글과의 장기 경쟁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뒷통수 한 방이 더 필요한 것 같다. 4월 sneak peak 행사에서 보여준 것 말고, 좀더 강화된 iPhone OS 4.0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