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최종수요 둔화가 시장을 억누를 수 있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글을 쓰기가 무섭게 시장이 급락했습니다. 
한 주간 지수가 50포인트 떨어졌고, 외국인이 일주일새 1조원 넘게 순매도했네요.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베타 플레이를 하는 투자자들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일어난게 분명해 보입니다. 퓨어 베타 플레이 업종인 금융(그 중에서도 은행), 철강금속, 유통 업종이 급락하고 그나마 경쟁력 논리와 중국 수혜 스토리가 있는 전기전자, 화학 업종은 버텨낸 모습입니다. 

판단하기 굉장히 어렵기는 하지만, 향후 전개될 글로벌 매크로 모멘텀 둔화라는 악재가 지난 일주일간의 주가 하락으로 완전히 선반영돼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Q 기업실적 부진 가능성을 생각하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주간 주가하락이 다소 과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외국인 하루에 1조원어치 선물을 매도하면서(8/11) 발생한 현선물 백워데이션이 지속돼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만, 외국인의 매도의 효과가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서 과장되면서 시장이 너무 급속하게 빠진 것이죠. 가격이란 항상 급하게 움직이면 반대방향으로 조정되는 힘이 있기 때문에 (또 현물이 너무 급하게 빠져 콘탱고로 갈수도 있고) 단기적으로 급속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뭐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움직임 예측도 어렵고, 예측 자체의 큰 의미도 없죠 ㅋ 결론으로 돌아가자면 중기적으로 시장의 드리운 암운은 여전합니다. 선진국에서는 구조조정 지속과 소득정체로 소비가 부진하고, 중국은 경기 연착륙 시키느라 내구재 소비 증가세가 단기적으로 꺾일 가능성 높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기업 실적을 얼마나 억누를 것인가에 대해서 시장 참여자들이 아직 완전히 인식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시자은 당분간 무거운 짐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 전반적으로 아이디어가 빈곤한 상태입니다. 2차전지, 태양광, LED, 3D, IT설비투자, 석유화학 역내쇼티지 등 각종 다양한 테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던 올해 상반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유동성은 충분한데, 전망은 안좋고, 대안은 없고.. 시중 자금이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것은 아이디어를 갈구하게 돼있고, 아이디어는 어디선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나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잠깐의 혼란 뒤에 곧 다른 아이디어가 시장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아주 조심스러운 견해이긴 합니다만, 중기적으로 시장에 공급될 새로운 아이디어는 통신업종에 대한 시각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KT가 아이폰 예약가입 뉴스를 딛고 오랜만에 반등했는데, 약간의 전조를 느꼈달까요;

오늘나온 뉴스 중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대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수도권/강남강북/지방 전역에서 거래가 늘고 호가 하단이 올라갔다는 상당히 긍정적인 뉴스네요. 가격 하락 멈추고 안정화될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아직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지난번 글에서 적은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세상을 우울하게 볼 이유가 없습니다. 다뤄야될 대상은 중기적인 모멘텀 둔화이지, 더블딥은 아닌겁니다. 



주말 동안 실물경제에 있으신 몇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보다 소비심리 악화 정도가 큰 것 같습니다.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라는 우려는 작년 말부터 팽배했었고,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지수가 1800선 이하에서 묶여 있었는데요.. 사실 시장의 우려감과는 달리 경기회복은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널리 퍼진 비관론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 계획을 취소시키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nd demand가 상당폭 감소했다는 징후가 감지됩니다. 

제가 올해 내내 가졌던 생각은 시장의 매크로 경기회복 모멘텀이 실종되면서 시장이 방향성을 잃고 투기적으로 변했다는 것이었는데,
8월 이후부터는 모멘텀의 실종 정도가 아니라, end demand 둔화에 따른 마이너스 매크로 모멘텀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지표가 실망스러운 수준을 이어나갈 수 있고, 기업들의 3Q실적 역시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단기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세게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중기/장기에 있어서 경기회복을 의심할만한 근거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3Q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정책적 측면에서는 물가상승 부담이 옅어지고 부양책을 재개해야할 필요성은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올해 4Q이후에는 부양책 강화되면서 경기가 다시 회복 궤도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에는 분명한 영향이 있겠죠. 그동안 막연한 우려로만 존재하던 매크로 모멘텀 둔화가 기대보다 더 안좋은 수준으로 현실화되면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자금은 굉장히 단기적으로 투기적인 자금으로, 부정적인 요소가 명확해지면 일시에 시장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핫머니'라고 해도 이 단기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좀더 투기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도주 교체가 급격히 일어나거나, 아니면 주도주 중에서도 특정 종목 위주로 범위가 더 좁아지는 현상도 상상 가능해 보입니다. 

여유가 있는 가치투자자라면 적극적 수익실현 후 3Q 중 매수찬스 포착이 유용한 전략일 것 같고
여유가 없는 액티브투자자라면 실적 가시성 높은 주도주로 선택매수하고, 경기방어주에 일부 베팅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 싶습니다.

이래저래 상황은 어려워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