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 온주시(웬저우)의 저명한 사업가 왕샤오동이 지난 7월 미국 출장 중 잠적.
알려진 재산만 원화로 1조원이 넘는 왕샤오동의 잠적 이유에 대한 관심 증폭.  

잠적 이후, 왕샤오동이 원화 2천억이 넘는 사채 빚을 지고, 월 40~50억원대의 이자에 고생해온 것이 알려짐.

왕샤오동은, 온주시의 기업인들로 구성된 사금융 네트워크에서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와 상하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해온 것으로 밝혀짐

허울뿐인 벤처캐피탈을 내세워 차입 투자로 승승장구해왔으나 2010년 중국 정부의 긴축으로 부동산 시세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위기 직면. 결국 일거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식선물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야반도주를 선택.

왕샤오동이 없어진지 얼마 안돼서 7월말, 온주시의 신발회사 오너 왕허시아도 잠적. 알고보니, 왕허시아는 회사 자산을 담보로 18%에 사채를 끌어다가 24%의 이자를 받고 왕샤오동에게 재대출해줬다고.

왕샤오동 사건 이후, 온주시 사금융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 왕허시아 같은 업자들이 일시에 부채 상환을 채무자들에게 요구하면서, 수많은 왕샤오동의 복사판들이 야반도주를 선택하기 시작. 9월말까지 야반도주한 온주시 소재 기업 오너들만 무려 40명.

온주시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지역내 기업의 60%가 사금융 시장에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됨.

중국 사금융 시장은 단순히 채권자-채무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음. 대부분, 왕허시아처럼 자기가 가진 신용으로 사금융을 끌어다가 좀더 높은 금리에 재대출해주기 때문. 말단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의 사슬을 타고 연쇄적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구조를 가짐.

연쇄적 부실의 정점에는 공무원/공기업들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 신용도가 우수하고,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이들이 결국 사금융 시장에 '종자돈'을 댄 것으로 알려짐. 결국 왕샤오동 같은 투기꾼의 채무불이행은 연쇄효과를 일으키며 제도권 금융기관의 손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음. 

사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원자바오 총리가 온주시를 올해 2번이나 방문함. 하지만 기업가들의 야반도주는 계속되고 있음.

온주시는 상해와 푸저우 중간에 위치한 연안 항구도시. 지역 촌락에 기반한 임가공 무역으로 중소기업 중심으로 고성장한 도시. 온주시의 사금융 신용경색은 중국의 실물경제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음. 

연안지역 임금 상승과 수출 성장율 둔화로 연안 지역 중소기업들은 성장한계에 직면. 고성장의 관성과 탐욕에 사로잡혀 있는 연안지역 기업가들은 갖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차입금을 일으켜 부동산/주식에 투자. 이런식의 차입투자가 부동산/주식의 버블을 만들고 이 버블이 꺼지면서 연안지역 중소기업을 위기로 몰고감. 

부동산/주식 버블 붕괴와 같은 '금융적 현상'이 아주 묘한 경로를 통해서 실물의 위기로 전이된다는 것을 온주시의 최근 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줌. 투기판에 나선 기업가들의 위기는 사금융 시장의 사슬을 타고 결국 제도권 금융 기관의 손실로 연결됨. 일본 버블 경제 붕괴때에도, 일본 기업들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자손실로 위기 겪음.

중국 사금융 시장 - 쉐도우 뱅킹은 지금 그 규모도 제대로 파악이 안됨. 붕괴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통제 불가능. 사금융에서 흘러나온 돈들이 단기 고수익을 노린 투기판에 동원이 됐다면, 연쇄적인 사금융 부실화 속에서 자산의 fire selling 촉발시키면서 안그래도 불안한 중국 부동산 시장에 하락 압력 가중시킬 것. 결국 조그만 불이 도화선을 타고 전국적인 부실 확산으로 연결될수 있음.

이 리스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중국 사금융 시장의 금리는 월간 (연간이 아닙니다) 6% 수준이라고 함. 부동산 시세나 주가가 단순히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런 금리를 감당할 수 없음. 투기판에 쓰여진 불법 사금융 자금들이 연쇄 부실의 부작용을 만들지 않고 해결되려면 부동산 시세나 주가가 올라야 됨. 중국 정부가 긴축을 중단하고 부양책을 쓸 수는 있겠지만 국내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에 다시 부동산이나 주식을 올리는 asset inflation을 정책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

결국, 터무니 없는 고금리에 의존하고 있는 투기꾼들과 기업가들의 부실화는 막을 수 없음. 제도권 금융권의 대출제한을 풀어줘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제도권 대출로 대환해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모든 부실 대출을 제도권이 떠안을 수는 없음.

이미 온주시 금융계는 아수라장. 9월말 온주시의 대부업자 첸판롱은 사금융 시장에서 끌어온 부채를 갚기 위해, 은행 직원과 짜고 고객 40명 명의를 도용해 불법 대출을 받고, 이 대출금으로 자기 사채 빚을 갚고 잠적해버림.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이 제대로 기능할리 만무.

온주시 사금융의 위기가 절대 온주시만의 위기는 아닐 것.
쉐도우 뱅킹 위기의 본질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믿음" => "감당할 수 없는 차입" => "차입의 연쇄고리"인데,
이런 일이 gdp규모로 중국내 30~40위권 정도의 도시 한군데에 집중되었을리가 없음.

"중국에 일부 부실이 있고, 일부분에서는 경착륙 불가피하지만, 중국에 여유가 많아 얼마든지 딜링할 수 있다.."라는게 최근의 기본적인 인식인데.. 이미 상하이 아파트 가격이 고점대비 20~30% 싸게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쉐도우 뱅킹이라는 파악 불가능한 루트를 타고 확산될 때 과연 '여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오늘 KT주가가 -2.99% 내렸다. 기관 순매도도 80만주가 넘었다. 
절대적으로 크게 빠졌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오늘 시장에 퍼진 악재 때문에 주가 하락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오늘 KT에 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정액제' 환급금 문제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KT는 2002년과 2004년 한정된 기간 동안에 가정내 일반전화에 대한 정액 요금제를 프로모션했다.
기존에 쓰던 요금 보다 천원~5천원 정도를 더 내면 유선전화 무제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였다. 

정액 요금제 자체는 문제가 안됐는데, 당시에 이 요금제를 프로모션을 하면서 일선 마케팅 조직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적에 목말랐던 일부 지역본부 요금제 가입 권유시, 사용자의 동의여부를 체크하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다.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정액 요금제였지만, 핸드폰의 보급으로 대부분의 가정이 일반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액제 가입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정액 요금제 하에 주어진 사용시간 보다 훨씬 적은 양를 사용했다. 정액 요금제 가입으로 오히려 변액 요금제일 때보다 더 많은 요금을 냈다는 이야기다. 2006년 고객 한 명이 이를 문제삼았고, 동의여부 체크없이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것은 무효라고 소송을 걸어 과다 징수된 요금을 모두 환급받았다. 이후에 이런 사례가 점점 퍼져나갔고, 2009년 4월 방통위로부터 정액요금제의 고객 동의 여부를 새로 체크해서 동의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차액을 환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방통위 시정명령 이후 일부 환급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급기야 최근들어 인터넷 상에 "추석 보너스 받아가세요"라는 글이 돌기 시작했다. KT에 정액제 가입여부를 확인해 차액을 환급받는 방법을 소상하게 적은 글이었다.

현재 KT의 유선 정액제 가입고객 중 가입 동의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고객(동의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고객)이 무려 300만 가구가 넘는다. 유선전화가 사용량이 미미했던 사람들이 일부 3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까지 환급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액제 환급 관련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300만가구가 모두 30만원씩 환급받는다고 가정하면, 총액이 1조2천억에 달한다.
KT의 연간 영업이익 창출 규모가 2조 정도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의 60%가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쇼킹한 소식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개인적으로 최근들어 KT의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해왔다. 
인력구조조정과  통신사업자 과당경쟁의 완화로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창출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데,
주가는 시가총액 11조 수준에 멈춰져 있었다. 
이익의 50%이상을 주주에 환원한다는 정책상 연간 5%를 초과하는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으로 근 10년만에 새로운 성장기회를 발견한데다가,
이석채 회장 부임 후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져, 
BC카드 인수를 통한 모바일 결제 인프라 시장 진출, 6조원이 넘는 유휴부동산 개발 추진, 
지속적인 내부 비용절감 노력 등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PER 7.5배, PBR 0.9배의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쌌다. 

아이폰4와 태블릿PC출시라는 이슈도 있었고, 
최근 선진국 소비침체로 타업종의 실적 개선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꾸준한 실적 시현이 가능한 대형 가치주에 대한 수급상황도 개선되리라고 판단했다. 

저평가된 주가, 높은 실적 가시성, 안정적 배당, 확대되는 사업기회, 자산가치의 증대, 시장 내 상대적인 소외 등, 
높은 투자가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KT추천을 많이했고, 운용에 참여하고 있는 펀드 내 KT비중도 크게 높아졌었다. 
그런 와중에... 주가 상승의 직접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폰4 출시 이틀을 앞둔 와중에, 
1조원의 이익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KT의 투자가치를 확신했던 차에 접한 소식이라 나 역시도 시장만큼 패닉에 빠졌다. 
환급금 부담으로 인한 실적악화 우려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부규제와 여론에 의해서 이익이 제한된다는 케이티의 유일한 약점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부각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년간 쩔은 주식은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실망감이 퍼질 것이 두려웠다. 
KT에 대해서 누가 물어봤을 때에도 그저 안타깝다라는 정도로 얘기할뿐 포지션에 대한 순간적으로 완적히 잃었다. 
(내가 얼마나 못난 투자자인지가 주제는 아니므로,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KT에 대해서만 적겠다.)

KT는 나에게 애증의 주식이다. 
나는 KT를 원해 싫어했다. 공기업의 둔감함, 무능함, 무거움의 3박자가 골고루 잔재해 있는데다가, 뚜렷한 오너 없이 자리 욕심만 있는 불량한 CEO들에 의해 휘둘리면서 늘 트렌드에 후행했고,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제거하지 못했다. 
통신업의 속성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KT의 내재적인 비효율성만 생각하더라도 너무 싫은 주식이었다. 
무선통신 시장확대를 생각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그 상상을 초월하는 비효율성에 실망했기 때문에 더욱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좋게 보려고 노력한 끝에 투자가치를 인정했는데, 예상치 못한 급습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건 과거와는 다르다. 

2002년과 2004년에 벌어졌던 일이다. 물론, 문제를 알고도 조기에 시정하지 못한 것은 과연 'KT의 구태답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이번 일은 현재의 실수가 아니라 과거의 잔재라는 것이다. KT의 최근 변화를 이끌었던 현 경영진의 실수는 아니다. 내가 KT를 그토록 싫어했던 이유인 과거의 잔재들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절의 실수들이다. 

무엇보다도 일회성 이슈다. KT IR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몇백억 수준에서 마무리되던 아니면 상상을 초월해 1조가 넘는 수준으로 가던 상관없이 단기 비용집행으로 마무리된다. KT의 에빗다(현금창출능력)가 연간 5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조달능력이 좋은 기업 중에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1조원의 현금 지출이 KT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고 생각할 수 없다. 무선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사업기회의 확대와 내부 효율성 증대라는 관점에서 KT의 수익가치 성장은 이번 일로 훼손되지 않았다. 

SKT가 컨설팅, 해외MBA출신들로 구성된 전략팀의 단견에 의존해 무선데이터의 폭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KT는 과거 정부시책에 따라 추진했던 와이브로/와이파이 네트웍을 바탕으로 우연찮게 10년만에 가장 좋은 경쟁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마케팅과 소비자 인식에 의해서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유행에 민감한 국내시장에서 아이폰/아이패드의 파급력은 평균적인 기대를 초월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클라우트 컴퓨팅의 보급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의 독점력이 강화되고, 로컬 캐리어(국가별 통신사)들의 성장잠재력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런 부분들이 캐리어들의 수익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세계 컨텐츠 마켓을 애플과 구글이 통채로 빼앗아 간다고 해도, 로컬 캐리어들이 취할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어찌됐건 일반 가입자보다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 태블릿을 비롯한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가 나오면, 한 사람이 핸드폰 한대를 갖고 다니더 시절에서 2~3종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시대로 간다. 늘어난 디바이스의 숫자만큼 캐리어의 가입자수도 늘어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매우 특수하다. 
애플에서 애플TV를 멋진 서비스와 터무니없이 매력적인 가격에 내놨지만,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당분간 혹은 아주 긴시간 동안 없을 것이다. 왜? 언어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튠즈에 아무리 재미있는 쇼가 올라와도 자막이 없으면 우리나라 시장에는 접근이 안된다. 그렇다고 애플이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애플이 직접 자막을 입힐까? 그러기엔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 소득수준에 비해서 컨텐츠 구매력이 현저히 낮은 한국은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1/10수준의 컨텐츠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장벽, 그리고 자국시장 보호에 민감한 여론과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한국은 컨텐츠 유통측면에서는 분리된 시장을 갖고 있다. 아이튠즈과 북미와 유럽을 휩쓸어도 한국에는 벅스뮤직, 소리바다가 성업중이다. 

분리된 컨텐츠 시장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캐리어들의 사업기회를 해외 사업자들보다 더 크다. 보다폰은 애플/구글에 밀려 컨텐츠 사업하기 힘들거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메가TV와 같은 서비스를 KT와 같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수행할 수 밖에 없다. 시장규모는 작고, 고유의 언어를 쓰는 나라의 특징이다. 현재 사람들이 무시/멸시하는 국내 캐리어들의 컨텐츠 마켓 공유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KT의 주가는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싸다. 지금은 '이익의 안정성' 개념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투기적 시장이지만, 정상적인 주식시장 환경하에서는 KT의 벨류에이션 멀티플이 현재 수준에서 70~80% 상승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일회성 요인에 의해서 주가가 빠졌다면 그건 매수기회다. 
KT가 정액제 가입자들에게 얼마를 보상해야할지가 아직 미지수이고,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되려면 한두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이 KT에 대한 우려를 거두드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시간만큼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KT의 펀더멘탈과 악재가 이미 다 노출된 상황에서, 시장가격이 과연 그렇게 1차원적으로 흘러갈 것인가? 생각보다 주가 하락기간이 짧고, 주가 하락폭 역시 낮지 않을까? 

주가는 9월내내 빠질 수도 있고, 10월달까지 빠질 수도 있고, 내일부터 안빠질 수도 있고... 시장의 변덕은 예측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KT주가가 빠지면 빠질수록 기회요인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공포에 떨며 무조건 위험을 회피하는게 무슨 제대로된 투자자의 모습이겠는가. 
KT에 대한 마지막 매수 기회가 지금인지도 모른다. 

Low oil demand growth is usually a negative for refiners and, under the lower-growth scenario, we would expect that refiner's margins would not improve from current levels and might even decline. The exception would be China. Refiner's margins are set on a cost-plus basis and include a reasonable margin, and lower crude prices would reduce the threat of a margin squeeze if the result was that oil stayed below the US$80/bbl trigger point. In addition, even if we assumed that oil demand growth slowed, we would probably still have positive growth in demand in China.

오늘 RBS에서 나온 아시아 지역 정유업종에 대한 보고서 중 한 구절이다. 경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 탓에 석유 정제 마진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중국의 정유회사인 시노펙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산업 전체적으로 마진 압박이 우려되는데 그 업종에 속한 기업을 사라니! 

위의 문장을 읽어보면 더욱 놀랍다. 국제 가격에 의해서 정제 마진이 결정되는 다른 정유사와 달리 시노펙은 원가에 일정 마진을 붙이는 것으로 판가가 결정된다고 한다. 오히려, 유가가 약세로 가면 전체 판가가 내려가 이 마진에 대한 압박이 덜해 시노펙의 이익 가시성은 더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국제 가격에 관계없이 마진이 고정돼있다니! 

 "고정된 마진"이라는 단어는 중국 기업을 볼 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중국기업에 대해서 그다지 폭넓은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비재, 산업재 구분을 떠나 지금까지 접해본 거의 모든 중국의 기업들이 고정된 마진을 향유하고 있었다. 원가에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고... 그 뿐이다. 

시장내 경쟁으로 인해 마진을 깎아줘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무슨 질문인지 뜻을 잘모르겠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기가찼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운동화를 파는 사람도 기계를 파는 사람도 시장 경쟁으로 인한 마진 압박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다보면, "내가 물건을 공급해주는 것만도 어딘데 가격을 깎자고 덤비겠나. 그랬다간 거래관계 끝이다."라는 식으로 답변이 돌아온다. 거의 모든 내수 업종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공급부족 상태가 만성화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가격경쟁이 그들에게는 낯선 개념인 것이다.

심지어 지역별로 계층화된 유통구조를 가진 업종에서는 '반품'의 개념조차도 없다. 오더를 받고 난 이후에 생산하고, 생산한 제품은 판매한 뒤 반품이 없으니, 생산과정 전반에서 재고 부담이 없는 환상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시당초에 부도날 가능성 자체가 별로 없다. 

 중국 은행이 민간 기업에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중국 로컬 은행들은 지방정부-공기업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는 끝도 없이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해외로부터의 투자자금 FDI가 있다. 해외투자자들의 직접투자자금은 중국에서는 일종의 앤젤 캐피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고정된 마진에 재고부담도 없는 그야말로 '노나는 장사'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도 투자받는 사람도 모두 편안해진다.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은 싼 조달비용으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구성하고 공급부족 상황을 즐기면서 손쉽게 돈을 번다. 

여기까지가 내가 파악한 중국 민간 기업 성공신화에 대한 스토리의 일부이다. 구조가 심플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참 좋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적어본 중국 기업의 사업구조는 (1)수요확장, (2)공급부족, (3)FDI유입이라는 3가지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이 중에 한 가지가 빠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중국 내수 확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적게는 20% 많게는 5~60%씩 연간 성장률을 아무렇지도 않게 프로젝션 하는 걸 보면 수요확장에 대한 가정의 신뢰성에 웬지 씁슬한 기분이 드는 걸 감출 수 없다. 공급부족 역시 향후 수년간 만성화될 것이라 보는 게 웬지 찜찜하다. 상식적인 경제논리상 수요 증가 속도는 점진적으로 체감할 것인데 현재 중국내 산업설비는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현재의 공급부족 지속을 낙관하기만도 쉽지 않다. 중국으로 투자자금 유입역시 '무한하다'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이야 중국 투자에 전세계가 목숨을 걸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혹여나 하드랜딩 한다거나 중국 위안화 절상이 반복된 이후에도 그럴까. 물론,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전세계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민간 기업에게 '앤젤'일 수 있을까. 돈은 수익 앞에 냉정하고 상황이 바뀌면 돈의 태도도 돌변한다. 

 중국 공기업이 훨씬 더 무지막지하긴 하지만, 중국 민간 기업들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 사람 관점에서 보면 돈을 너무 쉽게 벌고 있다. 쉽게 큰 돈을 버는 젊은 사업가들을 보면서 한없이 부럽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우려감도 커진다. 모든 예외적인 상황이란 그것의 지속시간이 길지 않게 때문에 '예외적'인 것이 아닐까. 

- posted from my iPad

GMO의 제레미 그랜덤이 Summer Essay를 공개했다.  에세이는 총 6개 주제로 구성돼 있는데 3번째 에세이인 'The Fearful, Speculative Market'은 작금의 세계 자본시장의 상황을 요약하는 명쾌한 글이기에 해당되는 부분을 요약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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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분기에 시장에 대한 3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경기회복이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데 30%, 경기 상황이 악화되지만 FED의 확장정책에 따라 단기 조정 후 과도한 상승세를 보이는데 50%, 일련의 악재가 동반되며 대세하락 국면으로 가는데 20%의 확률을 부여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50%의 두번째 시나리오와 20%의 세번째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치열하게 경합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 이 경합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두려움에 차있으면서도 한편으로 투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순되는 시장이다. 지속되는 저금리가 투자자드의 공격적인 투자행태를 자극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주식투자 전반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하고 마이너스 실질금리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보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이라는 스몰캡(시가총액이 작은) 주식의 베타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주식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가면 스몰캡 주식의 움직임은 상대적인 벨류에이션 상황에 따라서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스몰캡주식의 벨류에이션이 시장과 비슷할 때 스몰캡의 베타는 1.2이다(전체 시장에 비해 20% 더 많이 빠진다는 말). 스몰캡이 고평가돼있을 때에 베타는 2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반대로 저평가돼있을때에는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2009년의 급등장에서 투기심리는 극도에 달했고 스몰캡 주식의 수익률은 좋았고 그 결과로 올해 연초에 스몰캡 주식의 벨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고평가 상태였다. 올해 상반기가 하락장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스몰캡은 시장 대비 훨씬 더 많이 빠져었야 했다. 실제로 1981년 이후 스몰캡이 고평가 상태에서 시작된 하락장을 조사해보면, 스몰캡이 아웃퍼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올해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이같은 이상한 움직인 미국 밖에서도 일어났다. 유럽 위기 이후 경기침체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지만 이런 우려가 스몰캡 주식에까지는 미치지 못했고, 스몰캡 시장에서는 오히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서 비롯된 투기적 심리가 우세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시장 분리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서, 대형 블루칩이 정체를 보이는 동안 스몰캡 뿐만 아니라 대형주 중에서도 투기적인 low-quality 주식(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이익 예측이 어려운 기업)들의 상대적 고평가가 지속됐다. 

우려와 투기와 공존하는 현재 상황이 어떻게 풀려나갈까. 경기회복 둔화와 시장참여자들의 두려움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투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나느 새삼 저금리와 그린스퍼니즘(FED의 경기확장 우선 기조)의 힘을 느꼈다. 지난 분기보다 경기 전망이 더 안좋아지긴 했지만 나는 단기 하락장 후 다시 자본시장이 전체적으로 과열양상을 보일 거라는데 여전히 45%의 확률을 부여한다. 악재가 반복되면 하락세를 이어갈 확률은 30%로 좀 더 높아졌다. 

만약 시장이 계속 하락한다면 Low-quality 주식과 스몰캡에 대한 현재의 시장의 선호가 순식간에 바뀌어버릴 수 있다. 대형 블루칩의 기대 수익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좀더 보수적이 된다면 High quality주식이 아웃퍼폼할 것이다. 

High quality(우수한 재무구조, 안정적 사업기반을 가진 기업) 주식은 1932년 이래 가장 투기적인 시장이었던 작년 시장에서 소외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자동차, 화학,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경기민감 업종이 시장을 주도하고 이익안정성이 높은 내수/유틸리티/통신 기업들는 지속적으로 저평가됐었다.) 올해에도 '좋은 주식'들의 저평가는 회복되지 못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단지 저금리 때문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이 왜곡될 때에는 항상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성적인 이유가 아닐지라도 항상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나도 정확히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2가지 배경이 있는 듯 하다. 

먼저 인구구조상 은퇴자의 증가이다. 근로자가 은퇴하게 되면 포트폴리오상 갖고 있는 주식을 팔게된다. (미국의 퇴직자산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퇴직자산은 보통 보수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블루칩 포트폴리오로 구성돼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퇴직자 증가에 따른 블루칩 매도 우위 현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요인으로는 기관투자자들의 "예일대학처럼 하기" 신드롬이다. (예일대는 적극적인 대안투자 확대로 높은 기금 운용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헤지펀드와 PEF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헤지펀드나 PEF가 코카콜라나 전통적인 미국 블루칩 주식들을 거래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역시 블루칩에 대한 수급공백이 생긴다. 

합리적인 시장에서도, 기업가치와 관련없는 수급공백은 장기간의 비상식적인 가격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군중심리가 지배하고 그린스펀과 버냉키와 같은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이 중책을 맡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다. 

수급공백은 가격 결정에 있어 파워풀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러한 비이성적인 이유가 존속되는 것은 탁구공을 물 속에 가라앉히는 것고 같다. 내리는 누르는 압력이 없어지면 금새 수면 밖으로 튀어오를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블루칩 주식들이 일시에 재평가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년간 미국 시장이 보여준 모습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시장의 블루칩은 대체로 늘 고평가돼있었고  일시적인 이벤트에 의해서 간간히 적정가치로 떨어졌었다. 이제는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재평가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반대되는 현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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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경기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기에 대한 전망과 시중에 풀려있는 유동성이다. 
그랜덤의 말처럼, 현재 시장은 경기에 대한 안좋은 전망과 풍부한 유동성이 묘하게 겹쳐있는 상황이다. 
요새 사람들을 만나보면 유럽 은행의 재무제표 한 번 안들여다 봤을 비전문가들도, "유럽이 힘들것 같다"라는 말을 한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말이다.) 하지만, 경기가 불안하면 불안할 수록 정책입안자들은 유동성을 통제하는데 불안감을 느낀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말그대로 '헬기타고 공중에서 뿌린' 수많은 돈들이 경제 내에서 과잉 유동성 상태로 잠재돼있지만 지금 이를 거둔다는 것은 (쉽게 말해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최근에 국토부에서 DTI 상향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려움과 유동성의 결합 속에서 한국 주식시장도 철저하게 투기적이다. 이익 꾸준히 잘 내고 벨류에이션 싸지만, 뚜렷한 성장성이나 주가 상승 촉매가 없는 주식들은 그랜덤 말처럼 몇년째 버려져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KT, 대형금융주와 같은 시총 상위 업종 대표주에게도 가혹한 벨류에이션이 부여된다. 펀드 환매도 몇 개월째 지속되는 것도 미국과 똑같다. 그렇지만 시장 자체는 역시 뜨거운 편이다. LED와 2차전지 그리고 중국 내수 관련업종(현재로선 석유화학) 3각 편대의 상승동력은 어마어마하다. 요새 흔히들 얘기하는 속칭 '자문사 7공주'들도 대부분이 이 3각 편대에 속한 종목들이다. PER기준 20~30배의 벨류에이션까지 올라왔는데도 여전히 '잘 가고' 있다. 

시장 전반은 방향성 상실하고 박스권에 갖혀있고, 일부 투기적 주도주로만 수요가 몰리는 현 상황.. 어떻게 풀릴까. 

연초까지만 하더래도, 그랜덤이 했다는 예측대로 단기적인 조정 이후 작년 중반이나 연초에 보였던 시장의 상승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유럽의 국가간 이해관계, 정부와 유권자간의 이해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했고 일련의 정책지연과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요즘은 여기에 중국 부동산 문제가 더해져 일이 아주 복잡해졌다. 

향후 경기와 자본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는 이제 경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상황은 더블딥과 인플레이션 둘 중 하나의 극단적 선택을 요구하는 국면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정부가 통화팽창/규제완화로 가면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버블로 가는 것이고, 반대로 구조조정을 우선시해서 잉여통화흡수/규제강화로 가면 더블딥이나 더블딥에 준하는 충격이 올 것이다. 모든 정부가 다 중간으로 가고 싶겠지만, 유럽이 터지고 중국부동산 부각되고 나서는 중간으로 가는 건 영 힘들어 보인다. (1)각국 정부가 지연된 구조조정을 수행하는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졌느냐, (2)자유주의와 진보노선 사이의 갈등이 어떤 쪽의 우세로 끝나느냐, (3)정부간 공조를 저해하는 노이즈가 어디서 나오느냐에 따라서 양 갈래길의 선택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 따위를 볼 게 아니라 정치 뉴스플로우를 따라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향후 전개될 흐름이 극단적인 양 갈래길에 있다는 것이다. 방향성없이 투기만 난무하는 지금 시장의 모습이 앞으로 1년, 2년 계속될 수 있을까? 그랜덤 표현대로 탁구공을 물속으로 누르는 일인데 무한정 이런 상황이 지속되리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Fearful, but speculative'는 길어봐야 앞으로 몇 개월 정도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뉴스플로우 따라가면서 롱숏을 자유자대로 구사할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게 잡고 벨류에이션 플레이를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시한부의 '주도주'를 추격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고, 벨류에이션 싼 종목들은 이미 완전히 버려진 상황이기 때문에 유동성없는 주식만 주의하면 가격이 많이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번 사이클을 안전하게 넘기고 다름 사이클에서 큰 기회를 노린다는 마인드로 합리적 투자를 해야할 것 같다. 

하버드의 유명한 경제사학자인 알프레드 챈들러의 책 중에 "Scale and Scope"라는 책이 있습니다. 
19세기말~20세기초 시기에 미국/영국/독일을 중심으로 거대 글로벌 기업의 탄생과정을 추적한 책입니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저자가 갖고 있는 지식의 '규모'와 '범위'에 대해서 경탄하게 되는 책이죠.

Scale and Scope
카테고리 인문/사회 > 역사 > 일반
지은이 Chandler, Alfred D. (Harvard,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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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하고 심오한 책입니다만, 간단하게 책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금융자본 발달에 따른 기업의 인수합병, 그에 따른 지배구조의 변화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이 기업의 거대화를 가져오고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가 발생하면서 궁극적으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요즘의 삼성전자를 보면, 이 "Scale and Scope"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글로벌 거대 기업 삼성전자의 사업부는 TV,핸드폰 등을 만드는 세트 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부품 사업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좋을 때에는 부품사업이 전체이익의 2/3을 책임지고 나머지 1/3이 세트 사업에서 이익이 나오게 되지요. 

삼성전자가 영위하고 있는 세트와 부품은 모두 경쟁이 극히 치열한 시장입니다. 또 거의 모든 사업부문의 경쟁자들이 삼성전자와 견줄만한 글로벌 기업들이죠. 삼성전자는 이들 경쟁자들을 역사, 규모 등 그 어떤 측면에서도 압도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 측면에서도 경쟁업체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렵죠. 반도체나 LCD에서는 삼성이 최고라고 말하긴 하지만, 삼성의 강점은 양산기술에 그칩니다. 누군가 막대한 돈을 들여 일본과 유럽에서 장비를 사오고 시행착오를 거치면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초미세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고, 초대형 기판에서 LCD를 생산해낼 수 있죠. 실제로 대만업체들이 그러고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시장을 주도합니다. 압도한다라는 쪽이 정확하죠. 지금은 다소 퇴색됐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DRAM시장에는 'Golden Price'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모든 DRAM생산업체 중에서 삼성전자만 이익을 낼 수 있고 다른 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보는 가격대를 말하는 개념입니다. 삼성전자는 시장 공급량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가격이 골든 프라이스에 머물수 있게 해서 경쟁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습니다. 

확고한 기술적 리더쉽을 가진 것도 아니고, 방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것도 아닌 삼성전자가 어떻게 주요 사업분야에서 모두 시장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을까요. 인정하기 싫은 분도 있겠지만, 경영진의 뛰어난 투자의사결정이 그 비결이었습니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남보다 한 템포 빨리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서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캐파(생산능력)의 우위를 점해왔습니다. 제품차별화가 어려운 부품시장에서는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게 최고죠. 이런 방식으로 삼성은 DRAM, LCD, 하드디스크, 플래시메모리 그리고 최근에는 LED까지 손대는 부품 사업에서 전부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능력을 가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절묘한 타이밍과 과감함으로 규모의 경제를 가진거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부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삼성전자 그스로에게도 기회가 됩니다. 
똑같은 완성품(세트)를 만들어도 남보다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죠. 비용을 절약해 확보한 두꺼운 마진은 마케팅 투자로 연결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LCD공급자가 된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TV시장을 장악했고 그 다음에는 핸드폰으로.....부품 사업의 규모 경제가 세트의 경쟁력이 된 것입니다.

세트 부문에서 글로벌 영업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게 되자 이제는 범위의 경제가 생깁니다. 
삼성이 가진 '범위'의 무서움이 극명하게 드러난게 LED입니다. LED제조는 사실 그닥 어려운 기술이 아니죠. 양산된지 30년이 넘은 소재입니다. 수요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다들 투자를 꺼렸고 그렇다보니 LED가격은 비싸고..비싸니까 수요가 없고 악순환에 빠져있는 소재였죠. 
삼성이 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LED TV를 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족한 LED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계열사를 통해 LED생산 라인에 투자를 했습니다. TV를 통해서 LED를 일정부분 소모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수요가 창출되지 않은 LED에 그렇게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었겠죠. TV에서 세계 1등이었기 때문에 LED에 대해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LED를 세계에서 가장 싸게 공급받는 TV제조업체가 되었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LED TV라는 새로운 시장을 엽니다. 경쟁업체들이 삼성의 성공을 보고 앞다투어 LED TV를 출시하면서 세계적으로 LED수요가 확대되자 이번에는 반대로 LED사업 자체가 큰 수익을 얻게 됩니다. 어느 한 분야의 장점이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겁니다. 

디램 업황에 따라 삼성전자가 주가가 출렁이던 2~3년전의 삼성전자가 '규모의 경제'만을 가진 기업이었다면, 최근의 삼성전는 완연히 '규모와 범위'를 모두 가진 기업이 되었습니다. 단적으로 삼성과 애플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애플은 삼성전자 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고객입니다. 삼성은 이 거래관계에 핸드폰용 메인프로세서를 끼워 팔고 있습니다. 메인프로세서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쪽에서는 삼성이 경쟁우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조건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처를 확보한 거죠. 규모의 경제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애플은 싼 값에 플래시 메모리와 메인프로세서를 사오는 조건으고 삼성에 메인프로세서 설계기술을 일부 공유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설계기술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자사의 핸드폰에 사용될 메인프로세서를 자체생산합니다. 애플 아이폰과 동일한 프로세서를 가진 갤러시S가 탄생하게 되고 아이폰과 자웅을 겨루게 되죠. 범위의 경제가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가 너무나 좋아보이던 시점은 항상 삼성전자 주가의 정점이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호실적을 믿고 투자했다가 변변찮은 수익률을 올렸죠. 당시의 삼성전자 실적은 디램/LCD 업황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좋았을때는 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이 좋았던 시점이었고, 이렇게 좋은 업황이 역설적으로 경쟁자들의 투자욕구를 자극해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삼성전자 실적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삼성전자가 다시 또 너무나 좋은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양쪽 모두 업황이 좋습니다. 향후 전망이 불안한 것도 똑같습니다. 지금 일본과 대만의 경쟁업체들은 한창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하반기 들어 디램과 디스플레이 모두 공급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매도" 리포트를 낸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고민이 됩니다. 삼성전자의 Scale에 Scope까지 추가된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지난번 사이클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범위의 경제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규모와 범위가 시너지를 창출하지만 반대로 역시너지 효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애플은 반도체 사업의 최대 고객이지만 핸드폰 시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객과 경쟁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죠. 소니 역시 TV에서 삼성과 라이벌입니다만 부품에서는 삼성과 합작투자한 S-LCD에서 패널을 받아가고 있죠. 

지난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의 안테나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삼성 옴니아2를 비롯해 다른 경쟁업체의 스마트폰들을 같이 비교했는데요, 당연히 RIM이나 HTC는 애플 성능비교에 대해서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금요일에 애플이 기자회견을 하고 주말 이틀 동안 RIM과 HTC가 반박성명을 내는 동안 삼성은 가만히 있길래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대 고객인 애플과 맞서봐야 좋을 것이 없고, 어차피 다른 업체들이 알아서 반박해주고 있으니 묻어가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결국엔 월요일 아침에 외신에서 삼성의 반박성명도 나오더군요. 어쨌거나 작은 일이긴 합니다만 분명히 세트와 부품을 동시에 영위하는 사업자로서 이해관계 충돌의 문제가 있는 거죠.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이 2010년 2분기가 정점이라는 것이 거의 명약관화시 되는 상황에서 삼성의 미래는 부품과 세트 사업의 이해관계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는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고객과 경쟁하면서도 고객이 도저히 떠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공이 있었는데,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LED/배터리 등에서 모두 공급이 확대되는 국면이 온다면 이런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챈들러의 'Scale and Scope'에 등장하는 100년전의 글로벌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간에 발생하는 충돌이 적었습니다. 100년전의 '범위'개념은 제품 라인업 보다는 시장 확장이었거든요. 미국기업이 유럽시장에 진출하고, 해외 기업을 M&A하는게 범위의 확대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돼있고 경쟁업체간 M&A라는 것도 쉽지 않죠. 

규모와 범위를 모두 확보한 100년전의 기업들은 대부분 산업을 지배하는 전통적인 강자가되었습니다. 최근들어 GM이 망할 뻔 하긴 했지만 미국의 자동차 회사나 소비재 기업들은 글로벌 1위로 100년을 갔죠. 이제 이머징마켓에서 100년가는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증명하는 역할은, 현재로서는 중국의 화웨이나 비야디가 아닌 삼성전자의 몫입니다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이 그동안 쉬운 숙제를 해온 회사는 아닙니다. 삼성 일가가 사회적인 지탄을 많이 받기는 해도, 앞서 쓴 것처럼 지난 20난 꾸준히 적절한 투자의사결정을 해왔거든요.

결론은.. 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로 마무리해야 될 것 같네요. 1~2년 뒤 삼성전자의 모습이 많이 궁금합니다. 


(P.S. 주식투자 관점에서는, 삼성전자의 모든 장점이 이미 만개하고 있는 지금 시점이 투자의 호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투자란 원래 어두울 때 시작해서 밝을 때 마무리하는 것이니까요.)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인 GMO에서는 간간히 경영진들의 좋은 글들을 공개한다. 
그 중, GMO의 퀀트 담당 임원이 쓴, 버블의 일반적인 징후들과  현재 중국의 상태를 비교한 글이 있는데, 좀 오래된 글이긴 하지만 (올해 2분기 중국 주가가 빠지기 전에 공개된 글) 볼만한 가치가 있어 내 생각을 덧붙여서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를 부르는 악성 버블은 다음 10가지 징후를 동반한다. 

1. 강력한 성장 스토리 
- 향후 수년간 혹은 수십년간 성장이 보장돼있는 것처럼 보임. 보통 혁신적인 신기술과 함께하거나,
   특정 지역의 지속적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다.(19세기 철도버블, 99년 IT버블, 80년대 일본버블)

2. 정부(규제기관)의 능력에 대한 맹목적 믿음
- 90년대 아이티 버블은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이 비즈니스 사이클을 길들였다는 믿음과 함께 했다. 

3. 고정자산 투자 증가
- IMF연구결과에 따르면 GDP대비 투자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한다고 한다.

4. 부패의 증가
- 사람을 속이기 가장 쉬운 때는, 그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이다. 

5. 풍부한 유동성
-  Easy Money는 모든 버블의 기초

6. 경직된 환율
- 유럽의 위기도 따지고 보면 환율관리의 실패. 대량의 외화유입과 동반될 경우 위험성 더 커짐. 

7. 확대되는 신용창출
- easy money와 함께 버블의 쌍두마차

8. 도덕적 해이
- 리스크를 관리해야하는 기관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적극적인 리스크 감수에 나섬.

9. 재무구조가 불안정해진다.
- 기업들의 부채비율 상승. 빚은 늘지만, 투자수익성은 떨어져 이자를 갚을 수 있을지 간당간당한 상태가 됨.

10. 부동산 가격의 급등
- 부채의 담보 가치를 뻥튀기해서 신용창출을 가속화하는 효과 



[버블의 10대 징후]


안타깝게도 중국의 현재상황은, 상기의 버블 10대 요소들 중 대부분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1. 중국경제 성장에 대한 낙관

중국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당분간 초고속 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특히, 중국 내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중국 내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중국 도시화의 진행과 중국 내수를 책임질 중산층의 확대를 동일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중국 인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감소한다. 일단 정점을 돌파하고 나면, 경제활동 인구는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은 설사 인구가 준다고 해도 임금상승에 따른 소득증대 효과가 이를 상쇄시킬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임금상승은 중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고, 효율성을 획득한 일부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의 성장성은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또, 대부분의 통계에서 중국 도시인구의 소득이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지방정부들이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높이기 위해서 도시지역내 호구(우리말로 하면 호적, 일종의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지 못한 농민공을 전체 인구수에서 제외시키고 일인당 소득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도시인구의 구매력은 과장돼있고, 도시로 새로 유입되는 농민공들은 저임금 속에서 도시 빈민층을 구성하기 때문에 도시 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구매력있는 중산층이 확대된다고 볼 수 없다. 

2.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믿음

20년전, 우리는 똑같이 일본 정부가 서구 국가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었다. 'Rising Sun'(떠오르는 일본을 상징하는 당시의 유행하던 문구)을 칭송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오늘날 중국와 베이징 정부에 대한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30년간 지속된 고속성장. 10여년전 발발했던 금융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금강불괴'처럼 보이는 2조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특히, 이번 금융위기에 중국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두터워졌다. 은퇴했던 유명한 영국 펀드매니저가 다시 복귀해 중국 펀드를 열면서, 중국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중앙 정부 계획의 효율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렵 자산운용계의 슈퍼스타인 앤서니 볼튼이 최근 피델리티로 복귀해 차이나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 운용을 시작한 것을 말하는 것) 현대 중국경제의 위대함은, 전세계의 수많은 열렬한 자본주의자들로 하여금 공산주의자에 의해서 통제되는 경제에 대해 열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중앙집중적인 계획경제는 optimal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30년간 중국의 고속성장해왔지만, 대외무역 불균형이나 과도한 고정자산 투자라는 내부적 불안요인 등을 만들어왔다. 더욱 안좋은 것은, 중국이 그동안 GDP성장률 타겟을 정하고 이것을 지방정부에 할당해 왔다는 것이다. 굿하트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특정 통계량을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그 수치는 무의미해진다고 하는데, 중국의 GDP성장률이 현재 그런 형국이다. 

3. 투자붐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9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30% 증가했고, 이는 작년 GDP성장의 90%를 설명했다.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8%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많은 돈이 적정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처에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일부 산업에서는 가동률에 여유가 있는데도 투자가 신규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믿음이 이런 투자를 정당화시키고 있지만..글쎄..

4. 부패

중국의 국가 청렴도 순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부동산 개발 붐은 지방 공무원 부패에는 더할나위없는 기회가 되었다. 중국에서 럭셔리 브랜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구매자금의 절반이 뇌물에서 나오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5. 풍부한 유동성  

명목 GDP 성장률 대비 현저하게 낮은 기준 금리가 너무 장기간 유지돼왔다. 

6. 고정된 환율과 외화유입

달러페그와 낮은 이자율의 유지로 인해, 중국내 많은 해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조4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모든 위험요소들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환보유액은 해외 자산을 구입하거나 환공격에 방어하는데 쓰일 수 있을 뿐이지, 내부 과잉유동성에 따른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29년의 미국와 1989년의 일본은 모두 당시 세게에서 가장 많은 외화보유고를 가진 나라들이었다. 

7. 신용팽창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중국은 2009년 GDP 29%에 달하는 막대한 신규 신용을 창출을 했다. (과거 10년간 중국은 평균적으로 15~20% 정도의 신용창출을 해왔다.) 

8. 도덕적 해이

중국의 은행들은 정부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대출 심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중국은행들이 망하기엔 너무 크다고 말한다.(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중국공사은행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 은행들 역시 시가총액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정책 금융 기능을 위해 자율성이 침해되었다는 측면에서 오늘날의 중국 은행과 유사하다. 

9. 위험한 재무구조

2009년 중국 신규 대출의 절반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대출이다. 지방정부는 법적으로 지급보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프라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이 막대한 지방정부 보조의 인프라 회사들이 안고 있는 부채와 그 이자들을 어떻게 갚을까? 사람들은 이용객수가 기대에 못비쳐 운영수입으로 이자가 감당이 안되더라도 지방정부의 수입으로 갚아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지방수입의 절반은 부동산 매각을 통해서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꺽였을 때에도 지방정부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10. 자산 가격 급등

2009년 10월,  선전 증시에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할 수 있는 ChiNext시장이 열렸다. 첫날 28개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했고, 이들 기업의 PER은 평균 150배에 달했다.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택 공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급초과 우려가 있지만,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주택수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 도시로 새로 진입한 농민공이 주택의 수요자가 되기는 어렵다. 베이징의 공실률은 이미 20%에 육박하고 있다. 북격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은 15배로 1990년 피크때 일본의 10배를 이미 초과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구조도 기이하다.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 말을 빌려보면,"정부 소유 기업이 정부 소유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지방정부로부터 땅을 산다면.. 땅값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중국 경제는 영화 '스피드'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속도가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터져버리는 폭탄이 장착된 버스와 같은 모습이다.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에 미달하게 되면, 그 수많은 설비들이 과잉설비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땅값이 빠지면 지방정부는 더이상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2007년 초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불균형, 불안정, 부조화, 지속성 부족’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부동산 버블과 함께 중국의 불안 요인까지 날려버린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1990년의 상하이와 2010년의 상하이.
중국의 대단함이야 귀따갑게 듣고, 온몸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막상 이런 사진을 보면 또 새삼 놀랍다.

사진의 원 출처인 gizmodo에서는 이 사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Shanghai looked like a lovely green city.
Only twenty years later, you can film the second part of Blade Runner in it

이 사람에게는 오밀조밀한 old city가 더 정감있어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저렇게 격한 변화의 현장이 비해기로 3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었는데,
태평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 아쉬울 뿐이다..


오늘 새벽 2시 경, 아이폰 OS 4.0의 기능을 설명하는 잡스 아저씨의 특별쇼가 있었다.
보통 애플이 뭔가 새로운 걸 들고나올 때는 연중 예정된 대형 행사를 통해서 한다.
하지만 이번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과 3일 전에야 관련 행사를 공지하는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
아이패드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 발표의 신선함이 퇴색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더욱더 과거와는 다른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은 항상 중대발표 이후 몇 개월 동안에는 잠잠히 다은 이벤트를 준비했었다.)


4월 6일에 나온 아이폰 OS 4.0 발표회 예고 배너


그렇게 기이한 타이밍에 예정대로 iPhone OS 4.0의 주요 기능들이 소개되었다.
요 몇년간 늘 그랬듯이 애플 팬들은 4.0의 새로운 기능들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굳이 애플 팬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이번 신버젼은 경쟁자들에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던져줄만큼 예상 이상의 기능 개선이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특히 국내 온라인 상에서는) 그동안 아이폰의 주요 단점들로 지적되어왔던 부분들이 상당부분 개선된 것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는 듯 하다. 특히, 멀티태스킹과 '애플리케이션 폴더' 지원으로 아이폰은 이제 현재 기술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바일 OS로서 '완성된 형태'로까지 진화된 것 같다.

이번에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추가된 주요 기능들은 다음과 같다.
(아이폰 팬이 아니라면 자세한 내용은 읽지 않고 넘어가도 좋다)

  • 아이폰 유저의 숙원인 멀티태스킹 기능이 추가되었다.
    아이폰 3GS 사용자는 당장 올 여름부터 멀티태스킹을 즐길 수 있다.
    아이폰의 멀티태스킹이 특별한 것은, 컴퓨터의 멀티태스킹처럼 복수의 프로세스를 동시에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백그라운드로 실행되는 어플리케이션의 메모리 정보를 플래시메모리에 기록시켰다가 사용자가 어플 전환시 이 메모리를 다시 복원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진화하고 있다고 한들 아직까지 메모리의 제한은 심각한 한계로 지적돼고 있다. 이런 한계를 무시하고 PC의 멀티태스팅 방식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윈도우 모바일 6.5 이하의 버젼들이 심각한 퍼포먼스상의 문제점을 보여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애플의 멀티태스킹 지원은 무척이나 현명하고,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음악재생이나, 위치서비스, 푸시서비스에 대해서는 백그라운드 어플이라도 계속 프로세스로 실행하게 만들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PC스타일의 풀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
  • 바탕화면의 배경그림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다.
    아마, 아이폰을 해킹(Jailbreak)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UI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매력에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쓰다보면 도저히 JailBreak안하고 못버틸만한 다른 기능들도 많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해킹 이후 체험해봐야 느끼는 것들이, 그 전에는 당장 예뻐지는 나만의 아이폰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아직 좀 부족하긴 하지만 배경화면 전환 기능을 통해서 아이폰을 탈옥시키고 싶은 욕구를 상당 부분 억제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폰 해킹은 사용자들이 애플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을 벗어나게 한다는 측면에서 애플이 목숨걸고 막고 싶어하는 것이다. (금지시키기 보다는 '순정폰'에 매력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왜 이제서야 나왔는지 모르겠는 기능이다.
  • 블루투스 키보드 지원
     아이패드에서 제일 부러웠던 기능. 키보드를 들고다니면서 문자를 보낼 필요야 없겠지만... 비행기 안에서 책보면서 중요 내용 발췌하고 싶을 때 정말 갈급했던 그 기능.
  • 동영상 촬열 중 터치로 포커스 포인트 설정
    웬만한 컴팩트 디카도 지원하지 못하는 동영상 촬열중 초점설정 기능! 손바닥만한 핸드폰으로 동영상 아웃포커싱(배경을 뿌옇게 하는 촬영)을 할 수 있다.
  • 앱폴더
    아이폰에 깔려있는 수많은 앱들을 이제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제 웬만한 유저들도 아이폰 상에서 수십개의 어플을 깔아놓고 있다. 바둑판식으로 나열된 어플들 속에서 원하는 앱을 찾는 수고로움은 이제 그만. 폴더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UI도 애플답게 팬시하게 잘만들었다. (우측 그림 참조)
  • iBooks
    iPad를 발표하면서 선보였던 ebook 앱과 itunes ebook store를 이제 아이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 킨들처럼, 책에 메모한 내용과 어디까지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단말기별로 공유할 수 있다. 아마존 킨들에 대한 전면적 선전포고!
  • 구글 캘린더/메모장과의 싱크
    얼마전 스티브 잡스과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만나 점심을 먹는 건 이때문이었을까. 이제 Gmail 계정만 설정하면 구글 캘린더/메모장과 싱크를 할 수 있다. 사용자 저변을 크게 확대시킬만한 추가 기능이다.

이상의 것들이 아이폰 OS 4.0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이다. 기존 사용자들이 아쉬워했던 부분들을 상당부분 충족시켜주었고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적 측면'보다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봐야 하는 부분은 개발자에 대한 배려이다.

이번에 유저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추가된 기능이 약 100여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개발자들을 위한 추가된 기능(새로운 API)은 무려 1,500여개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따져서 15배 더 신경썼다고나 할까. 

특히, 오디오/위치기반서비스를 앱들이 백그라운드로 이용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SMS를 바로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 캡춰/캘린더/알람/지도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도 강화시켰다. 말이 복잡한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4.0 업데이트를 통해서 이제까지 아이폰의 기능을 활용하는데 있었던 제약을 거의 다 없앴고 아이폰 개발자들은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상상가능한) 거의 모든 일들을 다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새로 베풀어준 것은 단지 기능적인 여지만이 아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iAdI는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앱에 손쉽게 광고를 실을 수 있게 해주는 추가 기능이다. 생각해보라, 핸드폰 제조업체가 자신의 핸드폰을 기반으로 앱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배려해준 것이다. 애플은 왜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가? 왜 전세계 수백만명의 개발자가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게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가?

iAd의 혁신성, 그리고 중요함에 대해서는 스티브 잡스의 표현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다.
"데스크톱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검색을 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검색 광고보다는 앱을 통한 모바일 광고가 더 의미가 있다."
"애플은 아이애드를 통한 광고수익의 60%를 개발자에게 지급해 개발자들이 돈을 벌게 함으로써, 이들이 공짜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만들도록 할것"


자, 새롭게 추가된 API들과 iAd는 너무나도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으니 정리를 좀 해보자.

아이폰 4.0을 통해서 애플은 개발자가 좀더 파워풀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1,500개의 API추가)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다가 iAd라는 광고기능을 부여했다.
↘ 개발자는 이 광고기능을 사용해 손쉽게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넣을 수 있다.
↘ 개발자 입장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수료말도도, 추가로 광고수익을 벌 수 있으니 당장의 앱 판매 수익보다는 추후의 광고수익 확대를 위해서 애플리케이션을 공짜로 내놓을 수 있다.
↘물론, 광고가 달린 앱을 사용자가 다운받도록 해야 되니 애플의 신규 API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앱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광고가 달린 공짜 앱 덕분에 사용자들은 이전 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애플리케이션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폰을 통해 할 수 있는 일 (그것도 공짜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니 사용자는 더 많아진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iAd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수익이 커지고, 더 많은 개발자들이 아이폰 앱 개발에 매달리게 된다.
↘개발자가 유입될수록 기발하고 훌륭한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난다. 또 다시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계속되는 선순환구조...

iAd.. 그리고 수없이 많이 추가된 API를 보면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흠없는, 이렇게 완벽한 선순환 구조와 비즈니스 생태계를 애플이 세계 최초로 그리고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오로지 자신들만의 힘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만들어낸 생태계 속에서 끝없이 수많은 기능들이 아이폰에 더해질 것이고, 아이폰과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과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그 와중에 애플은 앱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의 30%, 그리고 앱 광고에서 나오는 40%를 그냥 다 가져간다. 그 어떤 미디어 업체도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이렇게 비싼 수수료를 징수한 적이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애플이 만든 플랫폼과 생태계를 칭송하며 기꺼이 이 많은 수수료를 애플에게 지불한다. 애플은 이렇게 해서 덩치를 키우고 벨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하여 납품업체들에 강력한 바게닝파워를 행사하고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해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멋진 기기를 말도 안되게 낮은 가격에 내놓는다. 또 하나의 선순환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이번 4.0의 기능 추가는, 그저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결해준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기능만으로 4.0이라는 Major Update의 이름을 허가하기에는 부족해 본인다. 하지만, 개발자 측면 그리고 아이폰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이번 업데이트를 'iPhone OS 4.0'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iPhone II, 혹은 스마트폰 2.0 이라고 부르고 싶어지게 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기능이 많아지는, 내 맘대로 기능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핸드폰을 얻게 되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재밌는 장난감에 우리는 빠져들었다. 하지만, 아직 비즈니스 측면에서 스마트폰이 만들어준 여지는 잠재력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다. 수많은 사람들을 '홀릭'시켜버린 손안의 장남감이 이제 본격적인 부의 창출 수단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애플이 전세계인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결정적인  한 가지, 아이폰 4.0에는 GameCenter기능이 추가됐다. 일종의 '아이폰용 배틀넷'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센터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기능도 갖고 있지 않다. 로그인해봐야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아이폰 OS 4.0의 게임센터는 역시 또 하나의 개발자를 위한 배려다. 이 게임센터를 활용해서 아이폰 개발자들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온라인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수천만의 미국인들을 폐인으로 만든 페이스북의 팜빌과 같은 게임을, 개발자가 이전 보다 훨씬 쉽게 아이폰에서 만들 수 있다.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할 서버 구축에 대한 부담없이 말이다!



전율이 느껴지는 이번 아이폰 OS 업데이트를 보면서, 애플이 하는 아니 스티브 잡스가 추구하는 사업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인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사람이다.
하지만, 최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위치는 IBM과 Microsoft에 빼앗겼다.
모든 개인용 컴퓨터를 독점하려던 그의 야심은, IBM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축환 개방화된 플랫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훨씬 더 강력한 기능의 컴퓨터와 훨씬 더 편리한 OS를 만들어 냈지만, IBM/마이크로소프트 진영에는 훨씬 더 많은 개발자들이 있었고 이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애플의 컴퓨터가 더 좋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30년간 IBM/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이 가진 강력함에 압도당한 스티브 잡스는 아마도 자신이 당한 치욕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갚아주려고 했나보다. 와신상담의 고사에서처럼 스티브 잡스는 30년간 어떻게 하면 자신이 당했던 방식 그대로 똑같이 다른 경쟁자들을 엿먹일 것인가 고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모바일 전략에서 과거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비결들을 한꺼번에 혼합시켜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치 오차없이 진행시키고 있다.

아이폰 OS 4.0을 탑재한 새로운 세대의 아이폰이 올 여름에 나온다.
이렇게 어색한 타이밍에 (아이패드 출시로 시끄러운 가운데, 불과 발표 3일전에 일정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아이폰 OS 4.0을 발표하기 보다는, 올 여름 새로운 아이폰 출시와 동시에 OS를 공개했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을 것 같다. 오히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동시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시 3~4개월전에 아이폰은 다음 세대의 진보 방향을 살짝 공개했다. 그리고 개발자들을 위해서 아이폰 OS 4.0 베타버젼을 즉각 공개했다.
이게 잠재적인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배려일까. 흥행을 위해 미리미리 캠페인을 전재하는 것일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User보다는 Developer를 위한 발표였다. 여름에 아이폰이 나올 때까지 개발자들에게 시간을 준 것이다. "아이폰 4.0이 나오면 너희들이 돈 벌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 그러니까 출시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들하라고! 아이폰 4.0 출시와 동시에 너희들의 새로운 앱들이 사용자를 만날 수 있게 말이야." 어제 새벽 스티브 잡스의 특별쇼의 메세지는 바로 이것이었다.

새로운 핸드폰이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하고 나와도, 막상 그 기능들이 실제적인 '쓸모있음'으로 작용하지 못하면, 기능만 뛰어난 핸드폰일 뿐 사용자의 경험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올 여름에 출시될 아이폰 4세대 버젼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같다. 출시와 동시에 아이튠즈 앱스토어에는 새로운 기능들과 iAd, 게임센터 등을 활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 최소한 1천개 정도는 미리 등록이 돼있을테니 말이다. 출시와 동시에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쓸모있음'을 사용자는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손 하나 까딱안하고, 자신이 직접 수고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의 제품의 기능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 애플을 제외한 다른 모든 IT업체들이 부러워하면서 수년째 따라하지 못하고 있는 애플만의 사업방식이다. 우리는 애플이 추구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새로운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배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을 봐야한다. 머리 속에 새겨넣어야 한다.

Engadget.com에 올라온 아이폰 4.0 실제 사용 동영상
 


스마트폰 출시가 봇물을 이룬다는 기사가 요새 많이 나오고 있다.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은 핸드폰이라기 보다는 PDA에 통신모듈을 붙여넣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화기능이 주력인 일반 핸드폰과 스마트폰은 사용자층이 분명히 구분되었던 것이다.
업무상 이메일 등의 메시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거나, 이동 중에 업무 관련 송수신이 끝없이 필요한 특수 직업(가령 택배기사)이 아니라면, 스마트폰은 사실상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블랙베리가 메시징 폰으로 스마트폰의 저변을 확대하고, 애플이 아이폰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한 엔터테이닝 기반의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층 더 다변화된 기능한 친숙한 UI로, 스마트폰은 이제 확정적으로 기존 매스마켓을 대체하려고 하고 있다. 사용자층이 다른 서로 다른 제품군이 아니라, 기존 핸드폰의 기능 확장의 당연한 수순으로 수순으로서, 차세대 핸드폰 = 스마트폰의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장 급반전 중에, 글로벌 핸드셋 마켓의 초강자인 삼성과 LG가 그다지 잘 적응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건만 놓고 본다면, 국내업체(특히 삼성)이 제대로된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다.
규모의 경제를 기확립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충분한 투자여력을 갖고 있는데다가, 삼성의 경우는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프로세서, 플래시메모리,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모두 자체 수급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력과 운동신경이 좋고 훌륭한 연습환경에 본인의 열정까지 넘치는데 막상 공은 못차는 불행한 축구선수 같다고나 할까나..

삼성과 LG가 스마트폰에서 고전하는 것은, 스마트폰 OS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이해의 부족때문이다.
기존 핸드폰에 들어가는 간단한 기능의 OS에 대해서는 삼성과 LG가 단연코 세계 최고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많은 기능을 원하고, 수시로 자기가 원하는 추가기능을 넣었다 빼었다하고 싶어한다. 이런 기능을 제공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이 국내업체들에겐 없다. 물론, 자체개발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이미 시장에는 접근가능한 훌륭한 OS들이 많이 나와있고, 핸드셋 마켓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대가 MS가 제공하는 윈도우즈 모바일을 심어서 스마트폰을 만들어내게 된다.

문제는 남이 만들어준 OS, 게다가 PC용 윈도우즈 처럼 복잡하고 무거워서 다루기 힘든 윈도우 모바일을 국내업체들이 자기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한다는데 있다. HTC같은 해외 경쟁사대비 압도적인 스펙을 가진 스마트폰을 내놓고서도 막상 사용자 실제 경험에 있어서는 동종 스마트폰 대비 거의 최악의 퍼포먼스를 내게 되는 것이다.

하드웨어 제조 효율성과 마케팅, 시장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 등에 있어서는 국내업체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확실히 S/W 개발경험이 없다는 것은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적어도 앞으로도 최소 1~2년간은 고전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가야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국내업체의 경쟁력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 경쟁력은 있지만, 소프트 노하우가 없는 업체들의 고민은 국내업체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내놓은 오픈소스 기반의 스마트폰 OS 앤드로이드(Android)는 바로 핸드셋 마켓의 이러한 약점을 절묘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사실, 이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구글이 앤드로이드를 공개했을때 그 성공가능성에 의심을 던졌던 것이 사실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인 OS를 그 속을 알 수 없는 IT거물 구글에 의존한다는게 캥킬 수 밖에 없고,
구글이 앤드로이드를 깔아놓고 핸드폰에서 광고 수익을 얻게 되면, 그 와중에 망을 제공하는 SKT, KT, LGT같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황금 시장을 엄한 놈에게 빼앗기는 꼴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도 앤드로이드를 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에게 태생적인 거부감을 주는 앤드로이드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했던 것은,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가 모두 이 시장 확대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독점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보다, 당장 커지는 스마트폰 시장에 경쟁업체들을 제끼는게 관건이었다. 다루기 힘들고 비용이 많이드는 윈도우즈 모바일에 비해서 구글 앤드로이드는 무료인데다가 소스까지 공개돼있어 낯설음만 극복하면 제조업체가 커스터마이즈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양질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당근을 제공해주는 존재였다. 결과적으로 시장 확대가 최근 1년새 폭발적으로 이뤄지자, 내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국내업체를 비롯해서 S/W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전세계 핸드폰 제조업체들은 앞다투어 앤드로이드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통신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성통화시장이 포화상태에 머물면서 당장 성장하는 데이터 통신 시장에서 요금을 뽑아내는게 관건으로 떠올랐다. 장기적으로 통신시장의 부가가치를 구글에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의 수익개선을 가능케 해줄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거다. 결국 SKT는 앤드로이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KT는 구걸하다시피 해서 아이폰을 들여오고 있다. (내 생각엔 자체적으로 특화된 서비스 확충에 힘쓰고 있는 LGT가, 비록 역부족으로 보이긴 하더라도 좀더 '스마트'해보인다.)

이제와서 보면, 앤드로이드는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 가려운 점(어떻게 보면 취약점)을 정말 제대로 짚은, 천재적인 기획이었다. 출시 2년도 안되어 정말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업계의 생태계에 정말로 잘 부합되는 사업기획이었던 것 같다.

애플의 아이폰 OS는 어차피 애플에 공개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15% 내외를 차지하는 정도의 비중으로 갈 것 같다. 객관적으로 개발속도와 기능이 딸리는 윈도우즈 모바일이지만 그래도 넓은 저변을 확보하고 있고 현재 출시가 임박한 7.0 버젼이 의외의 성능개선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20% 정도의 시장 비중은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50%를 차지하는 노키아의 심비안의 미래는 밝지 않다. 과거의 사무용 스마트폰에서 이제 엔터테이닝과 결합 서비스에 기반한 스마트폰 트렌드에 심비안이 잘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장기적으로 점유율이 계속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는 메시징폰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RIM의 블랙베리나, 제조업 기반이 약한 팜의 WebOS도 향후 위축되는 모습을 이어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아이폰이 15, 윈도우즈가 20, 심비안이 20, 기타 OS가 10 정도가 되고 남은 35%가 궁극적으로 앤드로이드의 몫이 될 것 같다.

해피한 건 구글이고, 불행한건 제조업체와 망사업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OS주도권을 구글에 완전히 내주게 되면, 제조업체는 그야말로 순수 공장으로, 망사업자는 도시가스업체와 같은 순수 유틸리티 사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부가가치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삼성과 LG는 잘 이해하고 있다. LG는 다소 늦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삼성은 재빠르게 'bada'라는 자체 OS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팔아치우는 핸드폰 개수가 많은 만큼, 자체 OS를 들고나온다면 어느 정도 시장은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와 그에 따른 국내업체들의 경쟁 환경 변화는 2010년부터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국내 업체들의 상황을 보면, KT는 이런 장기적인 상황변화가 핵심 의사결정조직에 제대로 입력이 안된것 같으며, 단기에 요금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핸 요금제와 망업그레이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LGT는 상황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흐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방어하고 혹은 비약시킬 수 있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SKT는 아직도 1위 사업자를 프리미엄으로 협상력으로 밀어붙이려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대세를 인식했는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망사업자가 아니라 IT컨설팅 업체로 변신해서 B2B에서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향적인 모습도 보였다.

의미없는 분류이긴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 Buy, LG전자 Hold, SKT Hold, KT/LGT Sell로 투자의견 정립이 가능할 것 같다.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에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The next version of Windows is intended to do the same as the last version, Vista, but to run faster and use fewer resources.
If so, it will be the first version of Windows that makes computers run faster than the previous version.

윈도우즈 차기 버젼은 구버젼인 비스타의 기능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가동속도를 높이고 컴퓨터의 자원을 적게 소모하는데 주안을 두고 설계되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차기버젼인 윈도우즈7은 이전버젼보다 컴퓨터를 빠르게 하는 최초의 윈도우즈가 된다.

"윈도우즈7" 이라는 명칭은 윈도우즈라는 운영체제의 7번째 Major Update를 의미한다. 7번이나 큰 변화를 겪어왔는데 겨우 이제서야 "더 빨라진 최초의 신버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건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한 윈도우즈 비스타를 포함해서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는 등장할 때마다 과도한 시스템 요구사항과 무거운 덩치로 악명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비효율과 불안정은 당연시 되었고, 정식 출시후 1년 뒤 보완된  Minor Update 버젼(sp1이라고 불리는)이 진정한 신버젼이라는 비아냥도 일쑤였다.

기능을 올리지만 퍼포먼스는 떨어지는 이런 '진보'가 그동안 가능했던 것은, 컴퓨터 성능이 OS의 '무거워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진보했기 때문이다. 18개월(혹은 24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밀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CPU의 처리 속도, 하드디스크 용량 같은 것들은 꾸준히 진보했고 윈도우즈 신버젼의 비효율성은 커버해주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ghz가 넘는 클럭스피드(cpu 속도 측정의 한 기준)를 가진 최초의 인텔 시피유는 2002년 1월에 나왔다. 그리고 3.0ghz를 돌파한 것은 그해 11월에 나왔다. CPU의 속도 측면에서 펜티엄4가 3.0을 돌파할때까지의 PC의 진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현 시대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CPU가 무엇인지 보라. 지금 다나와에서 무려 150만원에 팔리고 있는 인텔의 최첨단 CPU i7 965익스트림의 클럭스피드는 3.2ghz이다. 물론, 인텔과 AMD가 공히 클럭스피드는 CPU의 진정한 성능을 표현해줄 수 없다고 말했고 대체로 인정되고 있지만, 어떤 특정 기준하에서 PC 메인프로세서의 성능 진보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be matured)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메모리도 DDR이후 DDR2, DDR3로 넘어오면서 진보 속도가 역력히 둔화되고 있고 계속해서 PC 성능의 병목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용량도 확대 추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500기가를 넘어가는 고용량이 주는 실제 효용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숫자로 표시되는 PC의 성능 뿐만이 아니다. 대두분의 PC에서 2001년에 나온 윈도우XP가 주력으로 깔려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2002년에 나온 오피스2003이 사무실에선 주력으로 쓰인다. 물론, 동영상을 편집하는 비유얼 프로페셔널이나 익스트림한 성능이 필요한 게이머들은 아직도 좀더 진보된 컴퓨터 성능이 간절히 필요하겠지만, 6~7년전에 나온 프로그램들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대다수'의 세계인들에겐 PC 성능의 진보 속도가 낮아진지 오래인 것이다.

매 신버젼마다 혁신적인 기능으로 매니아들의 로망을 자극했던 애플의 운영체제 Mac OS X도 차기버젼인 Snow Leopard에서는 신기능을 선보이는 것보다는 OS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공언했다. MS가 애플의 행보를 따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술했듯이 윈도우7도 효율성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10년전에 우리들은 기술이 진보하면 컴퓨터라는 개념자체가 달라질 것처럼 생각했다. 마지않아 키보드는 사라지고 음성인식이 대체할 것이고 전통적인 디스플레이는 사라지고 가상현실과 3차원 디스플레이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성숙기에 진입한 지금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시간이 상당기간 흐르고 난 뒤에도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형식과 패컨은 지금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음성인식이나 3차원 디스플레이 혹은 '마이너리티리포트'에 나왔던 그 휘황찬란한 공상들은 언젠가 다 현실화될 것이다. 하지만, 문서나 프리젠테이션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사무적 용도로 음성인식과 3차원 디스플레이가 좀더 효과적인지 나는 의문이다. 지금의 형태보다 뭔가 더 진보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종이로 된 책이 현재까지 남아있듯이 현재의 컴퓨터 사용 방법과 패턴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진보 방향이 무조건적인 기능과 성능 확대라는 단선적 진보에서 효율성 개선으로 전환된 것은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변화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PC주변기기도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200인치 이상의 화면이 필요하지도 않고 설치도 필요하지 않다. 사무실 책상에 30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와 디스플레이 등 그 동안 최첨단 성장 기술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제품들이 기술과 수요의 성숙으로 이제 일반 가전제품처럼 '상품화(commodity)'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이런 변화들이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