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면 엔딩크레딧이 흐른다. 
주연배우와 감독 이하 족히 백여명은 넘는, 영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의 리스트가 흘러간다. 
결국 모든 결과의 실체라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나눠 갖고 있는 역량을 한 데 모으는 것이다. 

흐르는 엔딩크레딧을 넉놓고 바라보도 생각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1초 1분 영상을 기록하는게 아니라 엔딩크레딧의 한줄 한줄 명단을 메꿔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도 언젠가 엔딩크레딧이 있을터.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들로 구성돼야 할 그 마지막을
모두 내 이름으로 채울 욕심을 낸다는 건 욕심도 아니고 오만도 아니고 그저 미숙함일 것이다.

가진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고
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계산할 줄도 모르는 내가
내 창작물의 엔딩크레딧에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내려갈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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